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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BY 낸시 2017-04-23

꽃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라고 꽃과 나무가 전부일 수는 없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은 여전히 일어난다.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갔고, 남편은 한국 발령을 받아 이사를 했다.

또 하나는 내가 폐결핵에 걸린 것이다.

밥 먹다 울컥 넘어오는 것이 있어 화장실에 갔더니 피다.

제법 많은 양이어서 코피가 터진 줄 알았다.

그 후에도 목에서 피가 넘어오는 일이 계속되었다.

의사가 폐결핵이라고 한다.

드디어 죽을 병을 얻은 것인가...

전염성은 없는 종류라고 하니 다행이다.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살고 싶은 마음도 없던 때라 치료는 안하기로 했다.

해가 바뀌어도 치료를 거부하는 내 옆에서 속타는 사람은 남편이다.

마침 안면도 꽃 박람회가 열리던 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할 때니 남편과 둘이 안면도에 갔다.

별천지다. 천국이 따로 없다.

그 중에 동산 하나를 온통 꽃밭으로 만든 것이 제일 인상 깊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산 전체를  내가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심어 가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일이라면 내가 더 살아보고 싶기도 한데...

남편에게 물었다.

"내가 치료를 받고 살아나면 산을 하나 사줄꺼야?  내가 좋아하는 꽃과 나무로 산을 온통 덮는 일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어."

"그럼, 사주고 말고."

자기 능력도 모르고 대답이 선선하다.

 

남편의 말이나 능력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살아야 할 핑계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꽃과 나무를 보고 살아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꽃과 나무를 가꾸기 위해 사는 삶도 괜찮을 것 같다.

그 후, 꽃과 나무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