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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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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과 나비 그리고 벌새


BY 낸시 2017-04-22

D.C 근처 베데스타로 이사를 하고나서도 내가 사는 곳은 여전히 월세로 사는 남의 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꽃과 나무를 심기로 했으니 상관없다.

그 동안의 실패를 통해 얻은 것은 꽃과 나무보다 흙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백불어치 꽃이나 나무를 사면 이백불어치 거름을 샀다.

흙이 좋으니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란다.

씨앗을 뿌려도 싹이 잘 트고 잘 자라서 적은 돈으로 풍성함을 누릴 수 있다.

무엇이든 잘 키워내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green thumb이란다.

내 엄지손가락이 그린색이라는 말인데, 사실 비결은 손가락 색깔이 아니고  흙인데...ㅎㅎ 

 

날마다 뜰에 나와 꽃과 나무를 가꾸는 날더러 옆집 유태인 할아버지가 productive하다고 한다.

한가하게 꽃이나 가꾸는 여자를 생산적이라니 우습지만 싫지 않다.

할 일 없는 여자도 생산적이 될 수 있다니... 좋다.

 

내가 가꾸는 꽃과 나무를 보고 찾아드는 손님이 많다.

따사로운 봄볕에 붕붕거리는 벌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나폴나폴 나비의 날개짓을 좆다보면 어느새 나도 가벼워지고 깊은 곳에서 기쁨이 솔솔 피어나기도 한다.

벌과 나비는 내 꽃밭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생기가 돌게 한다.

덤으로 얻어지는 소득이다.

가끔은 벌새도 찾아든다.

그런데 이 녀석은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좀 자세히 보려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항상 좀 아쉽다.

 

꽃과 나무를 가꾸는 여자

벌과 나비하고 노는 여자

참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내 생의 가장 깊은 어둠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아들은 게임에 딸은 친구에 빠져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남편은 그 책임이 전업주부인 내게 있다고 하였다.

그럴 듯한 말이다, 나도 그런 것 같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사실 약을 먹고 실려가 정신병동에 갇혀있기도 하였다.

 

가족들과 불화를 견디기 힘들어 밖으로 나오면 꽃과 나무가 위로가 되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도 마음 속이 여전히 지옥일 때도 있긴했다.

그러던 어느날, 신기한 일이 생겼다.

항상 빠르게 이리저리 날아다녀 자세히 볼 수조차 없는 벌새, 그 중 하나가 내 앞에 딱 멈추어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일미터도 안되는 곳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날개짓을 하는 녀석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머 어머...이럴 수가...신기해서 그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날카롭게 후벼파는 것 같던 아픔이 사라졌다.

그 녀석, 정말 내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러 온 것일까...

너무도 신기한 경험이어서 지금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