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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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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날에는


BY 만석 2017-04-10

마음이 아픈 날에는

 

아프다. 맘도 아프고 몸도 아프다. 이럴 땐 누구에겐가 기대고 싶다. 내 경우는 딸들에게 기대고 싶은 게다. 나이가 먹어도 어리냥을 부리고 싶은 건 전형적 막내 기질인가?

어디가 아프세요?”

어떻게 아프세요?” 딸들이 곁에 있으면 물어주겠지.

 

몸이 멀어지니까 맘도 멀어졌나 보다. 하루 걸러 걸려오던 전화가 요새로 제법 뜸해졌다. 치열한 세상에 살자 하니 바쁘긴 바쁘겠다만. 저들이 바쁜 만큼 나는 여유로와진다. 할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겠다. 일이 힘들어서, 시간에 쫒겨서 허덕이던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풍요로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자꾸만 바빴던 옛날이 그립다.

 

내 이런 시간이 오리라 생각은 했으나 대처할 꺼리를 준비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아이들이 멀어지면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리라 작심은 했으나 그게 뜻대로 그리 되지는 않더라는 말씀이야. 이런 모임 저런 모임을 가지고 재미있게 지내리라 생각은 했으나 몸이 귀찮다 한다. 몸이 무거워져서 맘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는 말씀이야.

 

산에 놀러가자 하면 다리가 아프고 영화관이라도 갈라 치면 머리가 아프고 화투라도 때리자 하면 짝도 맞추지 못하니 나는 빠지라 한다. 컴도 열고 보면 눈이 아프고 성경도 겨우 페이지를 찾아 놓을라 치면 골이 쏟아진다. 시골 텃밭을 찾자 하니 것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전원생활도 오~육십대에 할 일이다. 지금 내 나이에는 것도 힘이 든다는 말씀이지.

 

그래도 작년에는 텃밭에도 다니고 김장 배추도 심어 수확을 하지 않았던가. 작년과 올해가 이렇게 다르다는 걸 실감하면서 서글퍼진다. 김장도 주문을 해서 받아 먹어야 하는 나이. 반찬도 남의 손을 빌어 먹어야 할 판. 전원생활이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결국 내 손에 익힌 일이 가장 쉽고 재미있으니 제 자리에 앉아 재봉틀을 돌린다.

 

주문일감이 없으면 내 것이라도 컷팅을 해서 뭐라도 만들어 내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오늘도 재봉틀을 타며 우울해진다. 얼마나 좋으냐는 찬사 아닌 찬사를 받지만, 도대체 나는 그동안 뭘하고 살았느냐구. 한탄을 하지만 지금 와서 어쩌겠어. 역시, ‘내 것이 좋은 것이라고 자위(自慰)할 수밖에. 남들이 못하는 걸 할 수 있다는 건 자랑인기라.’하고 살자. 그리 살자.

 

우울한 날에는 글도 잘 써지질 않는다. 우울한 날에는.

 

보림아~!

꺽정을 하덜덜 말아라이~. 할미 우울은 잠깐이여~.

          마음이 아픈 날에는

                      <나이아가라>폭포에 근접하여 - <레인보우>다리를 건너 카나다쪽 폭포.-이렇게 다닐 때가 좋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