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차가워진 바람에 사람들이 웅크리고 종종걸음으로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퇴근을 하다 보니 아파트 입구에 부녀회원 몇 명이 큰 대리석 화분에 뭔가를 파내고
있었다.
심겨져 있던 꽃 모종을 마구 뽑아서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양배추처럼 생긴 화초로
바꾸어 심고 있었다.
추운데 고생한다 싶었지만 부녀회원도 아닌데 거들기도 그렇고 그냥 지나쳤다.
몇발걸음 가다 문득 저 버려진 꽃들은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서서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버려진 꽃모종을 가리키며 “저꽃은 이제 살아나지 못하나요?”
겨울에는 살지 못하기 때문에 추위에 강한 양배추처럼 생긴 화초로 바꾸는 건데
집에서 키우면 살거라고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했다.
힘들게 일하는데 꽃만 주워가기 미안했지만 얼른 한웅큼 집어서 들고 왔다.
그 꽃은 온겨울 우리의 눈을 기쁘게 했다.
작고 앙증맞은 빨간꽃이 온겨울 피고지니 계절을 잊게 했고
연두빛 잎은 싱싱하고 반짝거리며 생명력을 자랑하였다.
남편도 “고놈참 싱싱하고 잘크네”하며 자주 화분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이쁜 꽃이 모두다 버려졌다니 이럴줄 알았으면 많이 주워다 여러개 화분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누어줄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에는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석재조경화분이 많은데 철마다 꽃이 바뀌었던
같다.
무심코 지나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예쁜꽃이네 하는 정도로 보았지 눈여겨 들어다 보지
않았다.
꽃의 이름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심는사람들의 노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 참 무심했다.
이꽃이 거기에 있을때도 이렇게 예뻤을까.
버려진후 내게 왔기 때문에 이렇게 이쁜꽃이 되었을까.
아직도 나는 이꽃의 이름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