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나도 몰라
핸드폰이 운다. 방걸레질을 하다가 잽싸게 열어본다. 영감이다.
“병렬이가 미싱을 하나 가져가라네. 공장에 놀리는 미싱이 있다고.”
“미싱은 왜? 날 얼마나 더 부려먹으려고. 언제까지 바느질을 시켜먹을 거냐구!”
아무 반응이 없더니 뚝하고 전화가 끊긴다.
지금 쓰고 있는 재봉틀이 족히 석삼년도 넘어서, 툭하면 고장이라 늘 투덜거리긴 했다.
그러나 적어도 진정 키다리아저씨일진데는,
“많이 써먹었지. 이젠 당신도 미싱도 그만 쉬어야지.”이래야 하지 않는가. 멀쩡한 미싱을 핑계로, 돈벌이를 더 하라는가 싶어서 화가 났다. 지금 생각하니 영감이 무안했겠다.
전화가 끊기고 나니 궁금하다. 말주변머리 없는 양반이 친구에게는 뭐라고 했을까. 것도 궁금하지만 날아간 재봉틀도 아깝다. 그렇다고 전화를 걸어서 구걸아닌 구걸을 하기도 우습지 않은가. 시간이 갈수록 궁금해서 영감을 기다린다. 늦은 저녁에야 영감은 귀가를 한다. 재봉틀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만 궁금한 건 못 참겠다.
“재봉틀은 어쨌어?”
“그만 두라며.” 그걸 왜 묻느냐는 투다.
“내가 언제?”“
“그렇잖아도 당신이 그런 소리 할 것 같아서….”그래서 망설였다는 이야기다.
한마디 뱉고는 막무가네 말이 없다. 한 번만 더 물어보지. 그렇다고 내가 청하기는 더 싫다. 재봉틀은 날아갔나 보다. 아깝다. 내 것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못된 성미를 탓하며 잊어버릴만 했을 때 재봉틀을 준다던 영감의 그 친구가 지나는 길에 들렀다고 내 가게에 들렸다.
내 재봉틀에 시선이 가더니 입을 여다.
“아이구. 미싱이 아주 오래 됐네요. 우리 집에 있는 건 거의 새건데.”
그렇다고 납싹, 좋아라고 쩍쩌꿍을 칠 수는 없다.
“곧 가게를 닫으실 거라구요. 그럼 집에 두고 써도 좋은데….”
그래도 영감이 그렇게 마무리를 잘 했나 보다. 그렇다고 ‘옳거니’ 짝짜꿍을 칠 수도 없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친구는 핸드폰을 연다.
“야. 미싱 그거 가져갔냐?”
“잘 됐다. 그거 싣고 이리로 와라. 여기가 어디냐 하면….”
다른 곳으로 가려던 재봉틀이 내게로 유턴하는 모양이다.
재봉틀이 오는 사이에 영감이 이층에서 내려왔다. 친구를 이층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가만 있어봐. 우리 기사가 지금 미싱 갖고 오는 중이거든?”
“….”굳이 선심을 쓰겠다는 우정에, 야멸차게 무안을 줄 위인도 못 된다. 결국 재봉틀은 내 가게에 자리를 잡았으나 저절로 작동이 되남? 천상 영감의 마음이 풀려야 쓰게 되겠다.
“좁은 가게에 재봉틀이 두 대나….”
“장씨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애꿎은 장씨만 들먹인다.
“가져가라 해?”영감이 휙 돌아서며 묻는다. 공연한 소리다. 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친구에게 그럴만한 위인이 아니걸랑.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영감은 곧 ‘키다리아저씨’가 되어 움직인다. 조이고 풀고 기름칠을 해서 재봉틀을 제자리에 옮긴다. 그러나 저녁식사를 하라고 할 때까지도 말은 한 마디도 섞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재봉틀은 이미 제자리에 왔고 키다리아저씨는 저녁밥을 깨끗이 비웠으니까 호호호.
보림아~!
그려서 할미가 키다리아저씨를 사랑한다니께. 사랑은 니들만 하는 줄 알제이? 때론 내도 사랑이란걸 할 줄 알어야~. ㅋㅋㅋ.
일본여행출국심사를 마치고(인천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