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세상
막내 딸아이가 미국 주재원으로 나가는 남편을 따라 도미(渡美)를 했다. 한 쪽 팔을 잃은 듯. 사실이 그랬다. 내외(內外)는 내 집에 오면 구석구석의 내 살림을 살폈는데…. 인터넷은 말을 잘 듣는지 전선은 문제가 없는지 또…. 사위가 살피는 동안 딸은 내 화장품이며 생필품(生必品)이 떨어지지나 않았는지 둘러보았다. 그러던 내외가 훌쩍 떠나고 나니 마음을 둘 곳이 없다.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안다’더니. 미국이 어딘가. 가깝기나 한가 말이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했거늘. 아직은 부족한 것 없이 쓸 만은 하지만, 머지않아 마음이 멀어질라 싶어서 걱정이다. 시차가 있어서 나는 간혹 실수를 하는 수가 있다. 한 밤중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출근이 바쁜 그들에게 ‘잘 자라.’는 밤 인사를 하기도 한다.
시원찮은 엄마의 안색을 살피느라고 그녀와 사위는 반드시 영상통화를 걸어온다. 감기라도 걸리면,
“엄마 안색이 안 좋은데요.” 기침이라도 할라 치면,
“에구. 감기 드셨구나.”걱정을 한다. 오늘 아침에는 무슨 반찬을 어떻게 해 먹었으며 무슨 쿠키로 간식을 했는가를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수만리 밖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우리는 거리를 느끼지 못한다. 제 말대로라면 맛을 보이지 못하는 게 흠이라지. 기가 막힌 냄새를 보내주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고 한다. 식자재가 저렴해서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한 생활비도 얼마 들지 않는다고 자랑이다. 덕분에 음식 솜씨가 많이 늘었다고.
버지니아의 ‘콜럼비아공원’이 그립다하면 사진을 찍어 보내고 ‘루레이동굴’의 추억을 읊으면 지체도 없이 사진을 보내온다. 외손녀딸들의 학교가 궁금하다 하면 즉시 사진이 오고 또…. 한국의 날씨도 오늘의 미세먼지까지도 걱정해오는 그녀들이다. 거리 때문에 대화가 겹치는 문제도 이젠 적당히 거리만 두면 적응이 가능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1990년대에 아들을 보내고 소식에 목 말라하던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사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사는 나는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가 말이지. 생각할수록 복이 겨웁다. 금전이 풍요롭지 못하다고 투정만 할 일은 아니다. 사는 사람의 걱정 중에 가장 작은 걱정이 금전문제라지 않든가. 그러니 요만큼 사는 것에 감사하자.
보림아~!
할미 말이 맞쟈? 요만큼 사는 것에도 감사해야쟈?
<그레이트 홀스>를 내려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