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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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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재미


BY 새로미 2017-02-20

 

1월부터 생각지도 않게 헬스를 하게 되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방학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산을 했었다.

올해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새미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산에 갔다가 넘어져 다리라도 부러지면 누구 고생시키려고 그러냐며,

헬스 끊어놓을 테니 실내에서 운동하란다.

내키지는 않아 머뭇거리다가,

나이를 먹으면 자식들 말도 듣는 것도 필요할 듯하여 그러마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헬스장이 생긴 지는 3년이 넘었다.

그래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등산이나 산책을 주로 했다.

첫날,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새로운 운동이니 어색하기도 하고 기구 사용법도 몰라 낯설었지만

적응해야 하고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곁눈질해 보았다.

익숙한 듯 자유롭게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더 소심해졌다.

옆 런닝머신에서 걷고 있는 학생에게 가만히 물었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예요?”

학생은 친절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첫날은 런닝머신만 40분 정도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도 헬스는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만 들었다.

등산할 때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 새소리, 맑은 하늘 등이,

눈앞에서 아른아른 거렸다.

새미에게 그만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눈을 하얗게 흘긴다.

무섭다, 이제 딸내미도 무섭다.

할 수 없이 다니다보니 보름이 되고 한 달이 되었다.

한 달이 되고 나니 조금 할만하다.

 

이제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조금씩 중독이 되는 듯 하루라도 헬스를 하지 않으면,

숙제를 하지 않은 것처럼 미진하다.

가만히 보니 12시경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어서,

나는 주로 12쯤이나 오후 5시에 헬스장에 간다.

그러면 그 넓은 곳에서 혼자 운동할 때도 있다.

조금씩 이것 저것 운동기구도 만지다보니 대부분의 사용법을 안다.

하체운동 팔운동 허리운동 등등 안하는 게 없다.

 

이제는 등산도 좋지만 헬스도 좋다.

각자 운동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헬스장에 가는 나를 보고 새미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엄마, 어때요? 좋지?”

“응, 그런대로 괜찮네.”

“참나, 좋다고 하면 어디 덧나요?”

새미는 성격이 그야말로 쿨하다.

매달 헬스장 비용은 새미가 내준다.

그래봐야 2만원이지만.

새미는 직장 때문인지 게으름 때문인지 등록해놓고도

한 달에 두세 번밖에 못 간다.

그러려면 뭐하러 등록하냐고 했더니 그거라도 해야 된단다.

아무튼 나는 요즘 헬스에 재미를 붙였다.

새로운 재미다.

 

어제 헬스장에서 나처럼 어설퍼하는 사람을 만났다.

런닝머신에 올라왔다가는 바로 내려가고

다른 기구들도 만지기만 했다.

내가 눈길을 주었더니 나에게 와서 묻는다.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나도 지난달에 처음 왔다고 했다.

“아고, 선배님이네요.”

그녀는 대뜸 선배님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게요, 후배님! 우리 운동 열심히 합시다.”

우리는 악수까지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이제 모르던 세계를 하나 더 경험하고 있다.

오랫동안 헬스를 한 것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저런 질문도 하며,

운동기구 사용법을 배우고 운동법도 익히고 있다.

새로운 것은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새 치즈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창문을 여니 봄이 오고 있다.

햇살이 더 따사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