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2월14일이 시아버지 제삿날이었다.
우리는 그날이 발렌타인데이 인줄은 전혀 몰랐다.
동서둘과 셋이서 전을 부치고 생선을 찌고 나물을 무치면서 수다를 떨었다.
각자 자식이 말 안듣는 얘기, 돈 때문에 힘든 얘기, 신랑이 사고친 얘기.
특히 별난 신랑에 대한 욕을 제일 많이 하면서 일했다.
신랑의 4형제는 누가 더하다 덜하다 할것도 없이 비슷하게 별난 성격이다.
술을 좋아하고, 성격이 급하고, 버럭하고
그래도 집안일이라 다른데 가서 못할 얘기를 동서들끼리는 다 털어 놓을수 있었다.
다들 자기가 가장 위기를 맞은듯 힘들다는 얘기를 했고,
그래도 그나마 ~한것은 나보다 낫지 않냐고 위로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일했다.
음식준비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며 쉬는데 셋째동서의 중3짜리 막내아들이 예쁜 종이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아이는 가방에서 여자 친구에게 받은 예쁜 포장의 초코렛 봉지를 꺼내어 놓았다.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 선물을 만들면서 엄마, 아빠, 형까지 가족수 대로 직접 초코렛을 만들어 예쁜 카드까지 적어 보냈다.
카드에는 정성스럽게 손글씨로 한번도 뵙지 못한 어머님께~ 라며 또박 또박 제법 길게, 요즘 아이들답지 않은 준수한 필체로
편지를 적었다.
누가 봐도 시어머니 시아버지께 보내는 새며느리의 인사 편지였다.
와우~신선한 충격
우리들 삼동서는 놀라운 아이들의 세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요즘 중학생의 성숙함에 놀라워 해야 할까,
철부지들의 사랑을 귀여워해야 할까
동서는 이제 며느리가 생겼으니 고생끝이다.~
신랑 때문에 힘들다더니 예쁜며느리가 애교로 다 풀어 주겠네.~
형, 누나 다 재치고 우리 웅이 장가 가는거 아닌가~ 하면서 웃었다.
우리의 남편들은 원래 다정다감하지도 않은데다 이벤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다.
결혼기념일 한번 챙겨본적 없고, 생일조차 내입으로 말하지 않으면 잊고 넘어가고..
그러다 보니 자식들조차 이틀쯤 지난뒤 기억해내어 케익사고 꽃사고 뒷북을 치는일도 있다.
그래도 우리세대는 그런 집들이 많이 있다고 하고 나역시 그다지 그런일에 서운하지도 않다.
나는 아이들이 초코렛 주는날 사탕주는날 그러는 것은 들어도 날짜도 정확하게 몰랐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의 문화는 보는것 만으로도 신선하기는 하다.
아직 애기같은데 다 큰아이 흉내 내는 것도 귀엽고
무슨 날이든 의미를 붙혀 이름을 만들고, 마음에 있는것 그대로 표현하는 용기도 좋다.
장가갈 나이가 된 우리 아들이 궁금해 졌다.
좋은 사람에게 초코렛은 하나 쯤 받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