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어김없이 왔고 이제 이틀이 지나갔다.
핸드폰에서 새해의 덕담을 알리는 신호가 많이도 울렸다.
친구모임방, 직장동료방, 부부모임방 등 몇 개의 단체문자방에서 서로
새해인사를 나누느라 쉴새없이 알림소리가 울렸다.
화면을 열어보면 덕담은 화려한 카드에 적혀 있기도 하고
신기한 영상에서 나오기도 하고
참으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핸드폰상태가 좋지 않아 너무 복잡한 영상은 열리지 않아 못 본것도 있고,
다른 지인에게 이미 받은 것과 똑같은 것도 있다.
영상이 길어서 미안하지만 읽다가 말고 지운 것도 있다.
모두 새해 소망을 이루라고 한다.
새해에 가장 먼저 받은 것은 딸에게서 온 것이다.
밤이 늦었는데 안들어 온다고 문자로 닦달했더니
“재야의 종소리 듣고 소원 날리느라~ 이제 갈께” 라면서
그림 하나를 보냈다.
눈사람이 숟가락에 나이한살을 떠서 입을 벌리지 않는 아이에게
억지로 떠먹이고 있는 그림이다.
이제 나이를 한 살더 먹었다고 자랑하는 것인지
한 살 더하면 스물두살이 되는 그 나이를 먹기 싫다는 것인지.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나 정도 된 사람이야말로 딱 공감하는 그림이다.
동치미라는 방송중 출연자들에게 새해소망을 말해보라 했을때 다들 마음속에 정해둔
계획을 얘기하였고, 가장 연장자인 연기자분은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지금 이대로가
소망이라고 하던 말이 정말 공감되었다.
나의 새해소망도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더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이 없어져 간다.
오히려 지금의 모든 것이 그대로가 아니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6년전에 유방암수술을 하였고,
3년전에 황반변성을 얻은 내가 더 이상 새로운 병을 얻지 않기를,
젊은날부터 60이 다 된 지금까지 변함없이 술과 전쟁중인 우리남편,
전쟁 끝에 올 후유증이 두렵다. 끊을수 없다면 부디 올해도 이겨주길,
85세 시어머니 아직은 홀연히 다른 세상 가시지 않기를,
내 자식들 시련없이 지금처럼 자기 길 나아가기를,
이렇게 새해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