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퇴근시간 남편은 나를 데리러 왔다
집 앞에 내려 먼저 올라오는데 남편은 뒤따라 오지를 않는다
조금 있으니 어깨에 박스가... 뭐야 하니
초딩 친구가 춘천에 사는데 김장을 해서 보냈단다.
한박스 두박스 서너번은 힘들게 4층까지 나르는 남편이 힘들까
얼른 내려가니 다 가져왔댄다
김장을 할 시간이 없어 8시 퇴근하여 남편과 배추 스무포기를 절이고
끙끙대며 다음날은 혼자서 준비하는데 어찌나 일이 더디고 진척이 없는지
굼뱅이가 된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누구하나 도와 달라고 부를수 없는 환경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고
한편 생각하면 넓은 옥상에서 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산도 보이고 겨울 바람이라도
맘껏 마셔보며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하늘이 가까운 4층에 사는것도 하늘에 계신 울엄마랑 좀더 가까이 있는것 같아
감사하고 울엄마가 빙그레 웃으시며 얘야 맨손으로 하거라 그래야 손맛이 있단다 하는것 같은
생각은 들어도 매운 고추가루 만지기가 겁이나 장갑을 끼고 버무리면서도
엄마랑 중얼중얼 이야기하며 배추속을 넣는데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얼른 장갑을 끼고 도와주어 밤 9시쯤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날은 수유리에 사는 언니네 김치 두통을 갖다드리면서도 애쓰고 함께 도와준 남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워낙 언니가 잘해주셔서 오히려 얼른 갖다 드리자며
선뜻 피곤한 중에도 운전을 해준 고마운 마음
김치 냉장고에는 3통정도 들어갔으니 겨울은 나겠지만 출근하는 나에겐 일년은 먹기엔
부족하다 싶어 나중에 또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이 동창이 보내준 따뜻한 사랑 담긴 겨우살이 봇짐속엔
배추김치 동치미 갓김치 무우석박지 무우 한푸대 들깨 한말 도라지 가
임시로 만들어 놓은 내 작은 창고에 하나가득 채워졌다
어릴적 우리집은 특별히 광이 없었다
농사를 짓는 친구네 가보면 광이 있어 거기엔 고구마며 여러가지 먹을것들이 많아
늘 부러웠었는데 도시에 사는 우리집은 넓은 옥상이 있어 거기에 광 같은 창고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김치 냉장고엔 김치가 가득 채워졌고 무우 한자루는 겨우내내 내 가슴을 훈훈하게 해줄것이고
남편이 사다 준 대봉감은 찬바람 맞으며 하나둘씩 익어갈것이고
시숙이 주신 알밤 말린것도 한상자
내가 말려 놓은 봄나물들은 여기저기 춤을 추며 겨울바람에도 웃어댈것이고
어릴적 내 가슴에 고구마 상처를 주었던 친구는 어른이 되어 전원생활을 하면서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고 배 한상자 고구마 한박스를 보내 우리집 창고에서 옛추억
상처 지워가면서 내 마음을 다독여줄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늘 보내준 남편 초딩 여친구는 어릴적 우리 시아버님이 약국을 하셨는데
그 친구가 약해보여서 영양제를 주셨다며 그 기억을 잊지못한다며
작년부터 춘천에서 농사지은 매실 복숭아 자두를 다 합하면 한가마도 더 보내주었을게다.
가을엔 울타리콩 참깨도 보내주고....
우와 하늘아래 내집하나 없어도 내가 사는집 작은 창고에 넘치도록 채워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 겨울을 처음 맞이하는 옥탑방도 행복이 넘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