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명절연휴는 끝났다.

어느해나 이맘때면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 이야기, 가족 간의 다툼 이야기, 재산싸움

이야기 등을 뉴스로 또는 지인들의 하소연으로 귀 아프게 듣는다.

우리집은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은 다행히 없는 것 같다.

내가 맏며느리이지만 둘째며느리인 손아래 동서가 모든 장을 봐서 손질해서 가져오면

큰집인 우리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낸다.

동서는 문어와 생선을 미리 사서 손질하고, 전 거리며 나물할 야채를 사서 다듬고 과일까지 빠짐없이 준비하고 김치까지 담아서 온다.

나는 떡집에 떡을 주문하고, 두부와 무와 밀가루 튀김가루, 식용유, 참기름등만 마트에서 사면 된다.

밤잠을 설쳐야 하는 식혜는 시어머니가 만드신다.

누가 봐도 동서가 일손이 많이 가고,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더 간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 불공평한 분배는 동서가 간절히? 원해서 하는 것이다.

맏이인 우리보다 형편이 더 나아서 인듯도 하지만, 동서는 제사음식 준비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려 몸이 편치 않다가도 제사음식 준비하느라 장보러 다니고 다듬고 하면 힘이 난다며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전을 부치고 음식을 하는 것도 대부분 동서가 하는 편이고 나와 다른 동서들은 보조다.

"명절준비가 제일 쉬웠어요" 하고 방송출연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동서들끼리 웃으면서 일한다.

며느리들이 대체로 조용한 반면 남편의 형제들은 목소리가 크고 성격이 급하다.

남편의 형제들은 연년생 또는 두 살차이로 4형제나 되니 친구처럼 아주 재미있게 잘

지내기도 하지만 모두 술을 너무 좋아하는 탓에 끝이 좋지 않다.

그래서 명절이 조용히 지나지 못할때가 많아 늘 마음을 졸인다.

차례를 지내고 아침을 먹을때는 어린시절 이야기도 하고, 드라마 이야기도 하고

며느리들 음식솜씨 이야기도 하고 화기애애하다.

밥상을 물린 뒤에는 남자들끼리 화투놀이를 한다.

술상은 옆에 두고 마셔가면서 한다.

두시간쯤 지나면 카드놀이로 바뀐다.

변함없이 술상은 옆에 있고 열심히 마셔가면서 한다.

한참하다 재미없으면 모두 일어나 집근처 당구장으로 간다.

설과 추석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가는 4형제라고 당구장에서도 알려져 있다.

첫째 둘째가 한편 셋째 넷째가 한편이 되어 내기 당구를 한다.

두시간도 걸리고 네시간도 걸린다.

그동안 며느리들은 tv보면서 수다 떨고 논다.

남자들이 들어오면서 맥주 소주 막걸리 골고루 양손 가득 사들고 들온다.

음식을 차려서 또 술을 마신다.

처음에는 진팀 이긴팀 이야기등 가볍게 나가다가 남은 술병이 점점 줄어들면서

대화내용이 점점 무거워진다.

대체로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주범은 장남인 남편이다.

자꾸 동생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사고방식에 대해서, 생활습관에 대해서, 사업에 대해서...

동생들도 주장이 강하여 의견의 충돌이 일어난다.

모두다 종일 마신 술이 주장을 더 강렬하게 하고 목소리를 크게 만든다.

드디어 한명이 소리지르며 대들다 문쾅 닫고 나가고

장남은 괘심하다고 다시는 안본다 그러고...

대체로 이런 명절을 보내왔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이 모든 스토리에서 마지막 전쟁만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늙어가는 탓인가.

어쨌든 이번 추석은 평화롭게 지나가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