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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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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멈추고


BY 마가렛 2016-08-26

속이 상했다. 많이 상했다.

남편과의 관계는 좋은듯 하면서 언제나 불안했다.

특히 아이들 문제로 마찰이 잦을 때면 우린 서로 네탓을 했다.

아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남편은 아들에 대해 만족이란게 없었다.

아주 잠깐 있었다면 대학원에 잘 들어가 전공분야에 대해 서로가 대화가 잘되고

남편이 아들에게 이끌어준다는 뿌듯함에 아들을 보는 눈빛이 조금 다숩게 느껴졌지만

그것도 한 학기가 지나니 사그라졌다.

문제는 아들이 휴학계를 내고 자기가 무엇을 해야될지 진정한 고민에 휩싸여 있는데

남편은 못 참는다.

어떻게 들어간 대학원을 그만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다른 것에 대해선 경제적 지원을 한 푼도 해 줄 수 없다고 벌써부터 나에게 난리다.

난 언제나 그랬듯이 아들편에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한다.

사실 대부분 아들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아들은 게임을 좋아한다. 유독.

게임을 좋아해서 원하는 대학을 못가서 모두 아쉬워했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서 대학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알아주는 곳을 갔다.

남편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친구들의 부러움에 우쭐도 했을게다.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기가 제대로 연구소 생활을 하는지, 교수와의 관계, 석사,박사과정까지 밟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진게다.

그래.... 왜 고민이 없겠니?

잘났다는 인재들이 모여서 피터지는 경쟁에 밤 늦게 까지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야하는 심정

엄마도 이해는 가지만 그또한 네가 넘어야 할 고비인것을...

진로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한 아들이 휴학계를 내고 집으로 올 때

남편은 나와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집을 나간 상태다.

내가 아닌 남편이 집을 나가니 이거 뭐지?싶은게 오히려 화가 더 났고

어이도 없었지만 한편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궁금해 하지도, 전화도 안했더니

오히려 남편이 걱정하지 말라고 잘있다고 문자를 보내주니 화난 마음의 조금 가라앉았다.

 

난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틱낫한의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나의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눈물을 흠쳤다.

살아 있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라는데

화를 푸는 방법에 대해 그대로 실천에 보기로 했다.

내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상대방편에서 생각하고 금방 화를 내기보다는 내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해보자.

난 남편의 머리속에 들어가 있은 것처럼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런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게 많았다.

오만이었다.

남편의 생각을 물어보자, 귀 기울이고 나의 생각에 미리 벽을 두지 말고 진실된 마음으로

소통이 필요하다.

아들이 돌아온 다음 날 남편이 현관문 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반갑게 맞이했다.

지리산에서 추웠다며 털털하게 웃는 남편의 얼굴이 밝아보여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