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새벽, 집 앞에 있는 계곡을 올랐다.
새벽이라지만 계곡은 일찍부터 여름열기에 허덕이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지 않아 개울물 저 편에 널부러진 쓰레기 더미가 군데군데 보였다.
기분좋게 올라갔는데 확 잡쳤다.
들고양이들은 이게 웬 횡재라도 한 듯이 쓰레기 더미 이 곳 저 곳을 뒤적거리며 휘젖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남편과 나는 쓰레기를 버린 인간들에 대한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가는 곳이면 다 더러위진다, 이런 인간들은 뭐하는 인간들이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 입가에, 머리 주변에 파리도 아닌, 모기도 아닌 여름 날파리들이 몰려들었다.
말을 하기 힘들정도로.
남편과 나는 손뼉을 크게 치며 성가셔서 잡기 시작했다.
조용한 계곡은 삽시간에 새벽부터 날파리와 인간의 쫓고 잡히는 결투 장소로 변해버렸다.
한참을 그랬을까?
머리속에 번듯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
이 날파리들은 우리를 보고 무엇이라고 할까?
자연스러움을 해치는 인간에 대해 성토하는 인간이
늘 그렇듯이 새벽나들이를 하고 있는 자기들을
죽기살기로 쫓고 있으니
이 인간들은 또 뭐하는 인간들이고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