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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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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갖게 된 딸


BY 길목 2016-07-24

아들이 취직을 하여 서울로 가게 되자 드디어 우리 딸이 자기 방을 갖게 되었다.

딸은 대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제방이 없이 안방을 할머니와 함께 사용했다.

우유를 먹던 아기 때부터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할머니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

했기에 별 불만이 없는 듯 했다.

우리 몰래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아쓰기도 하고, 우리에게 야단을 맞고 나면 할머니에게

하소연하거나 짜증을 내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할머니가 다 받아 주셨다.

책상이며 옷이며 있는대로 흐트려 놓고 다녔지 정리할 줄 몰라도 할머니가 정리해 주셨다.


그러다 딸의 사춘기가 왔고 유별했다.

사춘기는 중학생을 넘어 고등학생 시절이 다가도록 계속되어 나를 힘들게 했다.

온통 불만이 덕지덕지 감싼 불만덩어리 아이처럼 굴었다.

그중 자기 방이 없는 것도 불만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 불만덩어리 소견에도 할머니가 듣는데서 자기 방을 원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다행이었다.


방이 세 개인데 안방을 시어머니와 딸이 쓰고, 작은방 하나는 우리 부부, 하나는 아들이

쓰니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입시생 일때는 독서실을 끊어 주었고, 시어머니는 텔레비전을 거실에서만 보시도록 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남자 친구와 통화할 때도 다툴 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했다.

그래도 모두가 마음속으로만 딸에게 미안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들은 취직이 되자 이제 자기 방을 잘 꾸며서 동생이 쓰도록 해 주라고 했다.

다 큰 여동생 방이 없었던 것이 제 탓이었던 양 미안했었다고 했다.

아들은 자기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낳은 늦둥이 여동생이라 남달리 애틋하게 생각한다.


아들이 가고 딸과 함께 방 꾸미기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도배를 하지 않아 얼룩이 진 벽에는 친환경 벽지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딸이 원하는 페인트 색깔을 골라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아들의 책들을 정리하고,

책꽂이의 방향도 바꾸었다.

바닥에 온통 신문지를 깔고 딸과 함께 벽에 페인트를 칠했다.

딸은 롤러로 넓은 벽에 문지르고 나는 붓으로 끝부분에 칠을 하였다.

천정에도 마감부분에 테이프를 붙이고 목 아프게 쳐다보면서 해야 했지만 작은

방이라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누른 벽지가 새로운 색으로 말끔하게 변해가는 것에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고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숙제를 한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불도 밝은 색으로 바꾸어 펼쳐두고 우리는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다.

이렇게 바뀌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