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 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시인 / 유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