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928

부재중 전화


BY 이루나 2023-11-16

광차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발파 신호 떨어지면 착암기 글글 거리고 너를 만나러 온 

여기는 지하 190m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갱도에 동발이 무너져 아연실색. 이봐! 거

기 누구 없소? 옴짝달싹할 수 없이 막혀버린 갱도를 맨손으로 미친 듯 파헤치다 엄청

난 암석에 또다시 아연, 간데라 불빛 사그라들기 전에 끊어진 인터폰을 찾아 지상에

서 하는 마지막 주문“아, 아 여기는 막장 잘 들립니까? 오리백숙에 전복 싱싱하고 큰

놈으로 두 개 넣고 팔팔 끓여서 쏘주 한 병 부탁합니다.” 대사를 치고 만나야 할 사람

이 생각났지. 슬러지를 흘려 갱도를 막은 사람, 안전 점검했다며 옷을 털고*마른 공

수 먹은 공무원 기어이 만나려 믹스커피 밥으로 먹으며 개구멍 같은**노보리 손톱

이 빠지도록 긁었네. 221시간 만에 지하갱도 탈출하니 지상에서 숨 막혀 죽은 아이

들…. 11번의 신고. 무시된 코드 제로. 마른 공수 먹은 사람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은 이태원로 뒷길을 헤매다가 흠뻑 젖은 채 모두 누워

버렸네. 어지러이 흩어진 아스팔트 누워버린 사람들 사이로 수없이 울리던 부재중 

전화 그 밤이 떠올라 선뜻 집으로 갈 수 없는 마음, 이태원로 뒷길을 서성이고 다시 

가을은 오는데…. 지워지지 않은 카톡 창, 삭제하지 못한 연락처에 받을 수 없는 부

재중 전화 쌓이는 참 아연한 밤!

  

 

 

*마른공수란: 실제로는 일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일을 한 것처럼 꾸며서

일당을 타 먹는 편법을 일컸는 말, 어두운 시절 광산 근로자인 척하며 

위장 취업하고 출근부에 도장만 찍고 바로 퇴근하는 수법으로 지역 

건달이나 협잡꾼들이 근로자들의 등에 빨대를 꽂던 방법 알면서 눈감아 

주던 관리자들도 한패

 

** 노보리란: 경사지고 좁아서 작업하기 힘든 갱도.

정부의 고위 관리나 시찰 팀이 오면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넓고 높은 

쾌적한 시설을 만들어 안내하였다. 막장의 광부들은 그걸 비꼬아 일명 

“관광 노보리”라 불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