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쯤이었을 겁니다
큰 가마솥을 행구고는
콩을 가득 담아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던 것이
콩이 눌까 싶어 아궁이 앞을 지켜 서있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납니다
활활 타는 장작불을 제치고는
나무 곱배로 숯불을 끄집어 내
감자를 구워 주시던 어머니
뜨거워 호호 불며 껍질을 벗기다
땅에 떨어뜨려도 그냥 손으로 쓱쓱 문질러 먹던
검둥 감자
지금은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저녁쯤에
가마솥에 콩이 푹 무르게 익고
콩을 다 퍼내고 나면
솥바닦에 넓찍이 눌어붙은 콩누룽지
숟가락으로 한참을 긁어 먹으면 배가 불러
저녁도 거른 채 잠들었던 그때가
아마 이쯤이었을 겁니다
개나리 봉오리가 피던 때 쯤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