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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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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에서


BY 나목 2021-01-09

바람은 이따금
늙은 차관 주택 문틈으로
날강도처럼 들어오다
시리게 넘어지고
나는 아침부터 저녁이 올 때까지
추운 바다처럼 출렁이다
하얗게 날이 서고는 했다.
그저 그렇게
평화로웠다.

고통은 어떻게 오는가.

밤새 뜬눈으로
꽝꽝 강물을 얼어붙이며
다시금 사람 가까이
더듬어 오는 눈 먼 바람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어둠속에서 서걱서걱 얼어가는
가난한 집 처마며
맨몸의 어린 고양이
밤 하늘의 잔별들
울음 소리마저 얼어붙게 하는
진짜로 고통스러운 것들은
숨죽이며 나지막이 온다.

그러나, 날이 밝으면 나는
얼어 있는 것들을 녹이려 애를 쓰며
상해가는 고통보다 더 낮은 소리로
아, 이처럼 밝게 비쳐오는
아침 햇살은
누가 얼릴 수 있는가. 그러면
단지 그렇게 말하면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다정하고도 아주 쉽게
봄은 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