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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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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행복을 꿈 꾸십시요


BY 나목 2020-11-28

여러 날을 망설였습니다
오래되고 오래되어서
이제는 검은 피딱지로 굳어 있을
당신의 깊은 상처를 말한다는 것은
진실로 큰 용기가 필요했지요
TV를 보고 컴퓨터를 켤 때마다
들리고 보여지는 것들은 온통
얻어지는 것 보다는
마음을 헤치는 뉴스들 뿐
어린 아이들의 눈물마저
때로는 장사치의 계산된
농락쯤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무감각을 늙어 쪼그라드는
심장의 통과 의례쯤으로 여기며
세상의 모든 가난과 폭력은
전능하신 신조차  거두어 들일 수 없고
막을 수도 없으리라
설령 심장 어디선가 꿈틀거려도
시치미를 떼며 아무렇지 않은 거야
두 손을 가슴에 모아 보고는 했지요
내 안으로 향하던 안위의 두 손으로
내 이웃의 서러운 눈물들을
닦아줄 수도 있었을 텐데
풍족하지는 않지만 굶는 날이 없음을
두렵기만 한 폭력앞에 놓이지 않았음을
자연 재해로 부터 세상의 사건 사고로부터
안전함을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건강하고 안녕한 것이
무엇보다 늙으신 엄마가 계셔서
고아가 아닌 것을 감사합니다

가난과 폭력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던
어린 당신의 영혼에게 미안합니다
끝없는 시련의 순간에도
피 흘리며 인생의 수레 바퀴를 굴려가야만 할
당신의 두 손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외로움과 슬픔으로 채워졌을 밤들을
달래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세상은 다시 겨울입니다. 도시의 가로수들은
저마다 헐벗은 채 마주 보고 서 있고
까치 한 마리가 감나무를 더듬고 있습니다
차가운 가지 끝에는 언제나 두어개의
먹을 것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요
부디 행복을 꿈 꾸십시요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을 거야"
아마 그럴 겁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을 거야" 장석주 시인의 <몽해 항로 6 -탁란>중에서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