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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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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에 젖다


BY 나목 2020-11-01

젖어 있는 것들은
다 애처롭지
검게 젖어 낮은 자세로
누워 있는 아스팔트
달려서 가는 집집마다
질척이며 따라가는 피로
무겁게 떨어져 어쩌지도 못하고
붙어있는 빛바랜 가로수 잎들
문득 그 속에서 팔딱거리는
초록이 보일 때 젖어 있는 것들은
눈물이 나지

줄 것은 다 내어주고 그래도
수줍은 듯 담장 넘어 온
어느 집 마른 감나무 줄기
좁은 보도를 뚫고 힘겹게
나왔다 스러진 이름모를 풀들
그 풀을 밟고 걷는 검은 우산
우산 속 젖은 너의 갈색 눈동자
슬픔은 늘 순간속에 있더라

지친 몸으로 돌아가는 길모퉁이
잊혀진 얼굴들 저벅저벅
살아 돌아오는 소리
젖으면서 걸어가는 가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