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은행나무가 나한테는 특별한 나무다
한 십년 전부터 알았는데
지금보니 나무가 나를
지켜봤다는 생각이 든다
칠월이 시작되어 여름 한 가운데
눅눅한 장마철이 되어야
충분한 비를 맞고
멀리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태풍을
몇 번을 겪었을까
그럼에도 끗꿋한 초록빛을
지켜낸 것이다
지난 십년 동안
나도 무엇을 하고 살았나
머릿속에 켜켜히 쌓인 묵은 시간들을
은행나무 뿌리 깊숙히
저장한 수분처럼 촉촉할까
누가 더 오래살아도
서로 잊지 않을만큼
기억 해준다면
오늘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