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라면 이르고 낮이라고 하긴 어둑어둑한 무렵 된장찌게에 두부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게 없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박힌 주근깨를 보니 여전히 그렇게 지우고 싶은 까만 점들도 촘촘히 같이 늙어가는 시간들이 문득 이런 주름은 지구의 힘이 너무 쎈거야 변명을 하면 뭐해 누가 들어주기나 하나 슈퍼에 들어가는 오른쪽 입구에 근사한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올려다 보았지 오래 된 시간굵기로 자리잡은 둥지에서 평범한 새 한마리 휙 옆으로 가로줄 긋고 날아가고 있었지 두부 한 모를 사들고 또 한 번 뒤돌아 보니까 그제야 태양이 지워졌어 이제 된장찌게를 끓이는 시간이야 맛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