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 초련
낡은 고무신
반짝 반짝 눈부시게 광냈더니
뿌연 먼지 피는 신작로 길에 황토분칠이다
대처로 나들이 한번 쉬 떠나지 못 해도
논밭을 통째로 가냘픈 짱배기 똬리위에 얹어
마실, 가듯 잰걸음에 십리 장마당이구나.
길게 뱉는 숨결
따가운 땡볕에 끄덕이는 졸음
땀에 찌든 얼굴에 활짝 피어난 미소가
허리춤 주머니에 꼬깃꼬깃 몇 장의 지폐
강냉이 튀밥 한 자루 달콤한 박하사탕 한 봉지
신문에 둘둘 말린 꽁치조차도
발걸음 날개 달아 씽씽 바람 된 까닭이
부엌 아궁이 석쇠위에 지글지글 맛깔스럽게
어미의 사랑이 바삐 익어가지만
재 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고무신
골이나 퉁퉁 부어 붉게 물든 얼굴
고개 떨 구어 이글거리는 장작불에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