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돌에게>
변성기를 통과하지 못한 채 중년이 된 너는
바위가 될 수 없었지
아찔하도록 던져지고도 싶었지만
굵어진 허리는 잡혀지지 않았지
밋밋한 길가
철모르고 피었다가 철들자 시들어 자빠진 코스모스가
미친년처럼 펄럭이던 자리에
오른쪽 안면을 실룩거리며 너는 서 있고
살모사 같은 봄이 왔지
춘곤증에 고개가 꺾인 틈에서
만성 불면증을 앓는 너
백 미터를 이십 이초에 뛰고 싶고
귀를 자르며 그림을 그리듯 시를 쓰고 싶었지
앨범을 꺼내 붉은 입김을 끼우고 싶었지
아침은 흐드러지도록 소풍중인데
왜 하필 거기 있냐고 한 번만 물어 준다면
꿀꺽꿀꺽 삼켰던 팔자타령 게워 댈 수 있겠지
딱딱한 심장 한 번만 보듬어 준다면 아니 눈길을 한 번 준다면
이끼라도 키울 수 있겠지
열세 번 괘종시계가 울어만 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