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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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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동창회


BY 김경란 2006-12-03

    국민학교 동창회 30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 오리 고기를 나눠먹는다. 기름이 제거된 훈제 오리처럼 윤기 나던 시절을 이미 다 보내고 폭폭한 살점같은 건조한 표정으로 악수를 건네는 손길은 여전히 가난하다. 누구도 부자가 아니었던 시절, 꺼칠한 얼굴에 흐르던 배고픈 땀을 닦으며 자라온 우리는 이제 각자 모두 가장이 되고 누이가 되어 살아온 부박한 자신의 삶을 거둬들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화장기 없이 머리를 뒤로 묶은 그녀와 누구에게나 선뚯 웃음을 주던 또다른 그는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마흔의 나이를 안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웃음과 추억을 전등불 아래 비춰가며 조금씩 늙어가는 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두드렸다. 오리 고기가 익어가고 술병이 비어가는 비닐막 안에서 흐려져가는 눈빛과 여전히 어눌한 말투와 아무도 모르는 세월을 굽고 데치는 동안 우리의 버짐 핀 머리를 쓰다듬어 추억을 빚어내던 손이 큰 은사님은 그 굵은 목소리마저 상춧잎처럼 싱싱했다. 입가에 묻은 기름을 훔쳐내며 둘어선 노래방, 노랗게 익어가던 오리 고기처럼 즙이 물씬 우러나는 재회의 기쁨 위로 오래된 유행가가 겨울비처럼 흘러 내렸다.



    음악: 최종혁 B.G 15번
    영상 소스 제공 :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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