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랗게 올라간 하늘이 서글픈 까닭이
가끔 외면하고싶었던 그녀는 거울 속 나 이었던가
흐르는 땀방울 쓱쓱 손으로문질러닦아내고
들고나 온 국그릇 푹푹 양것퍼담은 밥위에
잡다하니 올라앉은 반찬들 부족함을 채우려
뻘건 고추장이 올라앉았다
척척 이리저리 고루 고루 잘도 비벼
볼이미어터지도록 한술푹퍼넣고
우걱 우걱 목이 메도록 삼키고
한잔의 시원한 냉수로 불린 배를 더욱 불리고 갈증을 비운다
세상어느것도 부럽지 안은 듯 허리 펴고 느긋하니 앉았다
무심코 바라본 빈물잔속에 잔잔한 미소로 어떠니 맛있지
늘어날 때로 늘어난 헐렁한 티셔츠를 걸치고
언제구입 했을까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수명이 다해 곰삭아 군데군데 떨어진 청바지가 진정한 멋이라며
요즘 청과는 수준이다르다고 큰소리치며 멋쩍음을 삭히는데
뚫린 구멍으로 드러나 보이는 하얀 속살에 그녀가 미소짓는다
먼 곳으로 여행이라도 하듯 꽃단장 곱게하고간 대형마트에서
딱 열 분만 선착순이라는 커다란 스피커 속의 목소리에
고속 엔진을 달아서 날아간 듯 뛰어 꽁무니를 달며 선 줄 속에
그녀가 함께 있다 숨찬 소리로 빨리 좀더 빨리
휘둘러진 허릿살 저울질하는 체중게위에서 결심은
운동복이 무색하게 무너져내려
설 것이 그릇 속에 손 등위의 주름고민에
미간의 주름을 만들어 우울을 더한다
툭툭 털어 널던 빨래를 들고 올려다본 하늘은
어느 사이 저렇듯 높이 올라가 하얀 구름도 뿌렸다
언젠가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늘이 정말 푸르구나
겨울 첫서리가 쓸쓸해 외로워하던
그녀가 힘없는 가을 코스모스 같더니
때때로 외면하고싶었던 그녀는 거울 속 나인가
파란하늘 의 햐얀구름이 서글퍼지는데
하늘 위의 그녀가 미소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