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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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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 포구에서


BY 김경란 2005-08-28

 

 

소래 포구에서

 

 

바다는 없었다

마음에 가뭄 들고 먼지가 일었다

바다를 보고 싶어 떠난 게 아니었다고

마음에서 진작에 바다를 버렸다

나는 바다를 그리워한 적 없다고

바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다는 없었다

 

바람이 불고

다리는 매일 출렁거렸다

좁은 협궤 열차의 흔적을 밟고

자꾸만 발목을 잡는 그 길을 따라

기억에 없는 과거로 거슬러오른다

언제 바닷물이 차올라

가슴을 온통 적시고

지루한 것들을 씻어낼 지는 모르지만

무심하게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대신 들이찼다

어두워진 심정 한 벽에

회 한 저분 올리고

멀리 줄지어 나란히 선 불빛들을 불러모았다

요란하던 호객 소리 반주 삼아

늦은 저녁을 먹으며

얼큰한 매운탕 국물에 마음마저 말아버린다

차오르는 바닷물 수위가 높아진다고

누군가 소리쳤지만

바다는 없었다

 

바다는 떠났고

나만 남았다

멀리 휘어진 포구 너머로

어둠이 밀물 대신 찾아왔다

어둠을 밟고 되돌아나온 포구 뒤로

철썩이며 제 가슴을 치는

울음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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