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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잃어버린 날.


BY 천 정자 2004-11-25

얘  셋을  안낳기  다행이지.

건망증이 가끔 나도 잃어버리게 하고

어제 본 책 제목은  너무 쉽게 잊게  하니

두아이가  엄마  나는  잊지말라고  할  정도다.

 

 

나는  길맹이다.

갔던  길  서너번  가야  이제야  한 번  온  것같다고.

남편은  용케  집은  잘 찾아오는 것도  고맙다고  한다.

운전을 하면  길은  알고  있는 거 아니냐고.

내가  아나  고속도로 한 번 들어가면  뒤도 못 돌아 보게 하니

길이 알아서  만든  길이니  내가  몰라도 간다.

 

 

 

문제는 시골을 양쪽으로  끼고

가끔  너구리니, 고양이니  개구리니

이게  도로냐  우리가  이 집  저집  마실 가기  좋게  넓게

놀다  내 자동차  바퀴에, 아니면  엔진소리에, 아니면  달보다  더 환한  라이트에

내가  가슴이 오그라지고  숨죽이는  목처럼  긴장할  때이다.

정작  그네들은  나보다  더 한

스트레스를  말한 번  내비치지도  못하고 있슴을  숨기고  있다.

 

 

 

가장  약한  산 자락을  비벼댄  길을  운행 할  땐

아예  차에서  내린다. 걷는다. 포장도  안 된  흙  위.

산이 내어준  그 만큼이 지구 한 구텅이마저라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싶지 않다는 항변. 아직 화장할  줄 모르는 어린 여자얼굴.

그 위에 무거운  바퀴자욱보다  내 발자욱이 더 어울릴 것.

 

 

 

사람만  책을 읽는 줄 알았다.

땅도  내 발자욱을 읽고 싶어했고,

길 끝에서  이제 다시  시작하자고  책걸이도  걸판지게

할  요량이었다. 미련한  사람 같으니 포장안된 불편한 길이라

누구도 오지않아 무성한 풀빛만 요란하다.

 

 

책을 잃어버리면  나는  기분이  좋다.

설사  불소시게로  사용된다 한들  그 건 내 알바가 아니다.

단지  흙이든. 나무든, 하늘이든, 모두  독서중이기에

무엇으로  어떤  느낌으로든  나에게 돌려주러 온다.

내가  읽은 것이 아니었다. 읽힘을 당하므로 원래 먼저 그들이

주인이었다. 오래되어  이눔의 건망증이 과감히 잘도 잊게 한 것이다.

그들은 나를  잊어먹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았는데.

 

 

 

소외되었다고, 업수이여겼졌다고, 아직  날만  안잡았지, 내 목숨 오늘도

길다고  생각한  날.  상수리나무 그늘 밑에서  같이  읽혀지고,그들의  목숨이 바람도 되고, 말도 되어 내 뺨을  상기시켜  도로 살게하는  힘.

내가  그들에게  읽혀지고, 책 갈피에 꽂아놓은 낙엽보다  더 소중하게 기억된 걸.

나에게  전부가 된다. 모두가  전부다.

 

 

 

 

 

 

 

  오랜동안  망설인  글입니다. 혹시  어려워  혼자  독백한  글입니다. 살다가  별 일도 다 있건만  ,,,, 내가  글을 써서  누구를 설득하거나   강요라든가  주장을  한 다는 것이 꿈에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꼭  누가  언제까지 숙제  해오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 같이...

참고로  저는  컴맹입니다. 집엔 피씨도  없습니다. 없다고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부러 피씨앞에 컴맹을  앉게  하는 힘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