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부재중! 
(2004. 01. 13)

핸드폰 안에는 여러개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쌓여 있고 
집안엔 간신히 발을 디딜 만큼의 공간만이 겨우 뚫려 있다.

싱크대 가득히 쌓인 상념들과 하루치 사랑의 분량에 대해 
적량을 채우지 못한 게으름으로 허기진 흔적이 
이곳 저곳 옷가지와 널브러져 춤을 춘다.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바보처럼 행동하고 
진종일 베게잇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말 못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내가 아는 언어들을 숨기고 느낌을 숨기고 
멍청하게 나를 보여주는 것도 힘들다.

둔한 흉기로 뒷 덜미를 얻어맞은 것 같은 이 기분
하얀 옷을 걸친 바람이 들어와 호로록 나를 부른다해도 
지금은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맥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거실에 
초인종 요란한 소리가 가득 울려퍼져도 
가만히 숨 죽이고 눈을 감는다.

지금은 부재중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어둠이 나를 껴안을 때까지 호흡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