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이 피면
무엇이 처연하게 그를 바라보게 하는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미워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누군가의 떨리는 부드러운 입술 같기도 하네
국화꽃이 피면
무엇이 뉘우침으로 잠 못 이루게 하는지
오래된 성급했던 체념과
버리고 만 순수가
다시 되살아나 몰래 숨어 가슴에서 울고만 있네
국화꽃이 피면
무엇이 나를 애타게 부르는지
아름다운 무지개도 보이지 않는데
꿈꾸듯 구름이라도 바람이라도 따라
꽃향기 애써 풍기며 돌아오지 못할 먼 길 떠나고 싶네
국화꽃이 피면
무엇이 공연히 설레이게 하는지
이별한 첫사랑의 얼굴이
금시라도 날 반기며 달려오거나
못잊어 오늘도 기다리고 만 있을 것 같네
국화꽃이 피면
무엇이 나를 젖어오게 하는지
되돌릴 수 없는 활짝 피워보지 못한
젊은 날의 사랑과 인생
치유하지 못할 병처럼 집착으로 얼룩진 눈물꽃 피네
국화꽃을 보면 나는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네
국화꽃을 사려면 나는 자꾸만 망설여 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