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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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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BY 김 은영 2003-10-22

말라버린 안개꽃 눈을 가진 낙타는

아라비아 소품이 진열된

유행음악이 비처럼 흔들리는

쇼윈도 밀랍 인형으로 서 있다

 

생명을 저당 잡힌 후

사막에서 먹어 본 적 없는 마른 눈물

푸석해진 등줄기 털을 쓰다듬는 에어컨의 바람은

류마티스 무릎관절에 통증만 더할뿐

 

환락으로 깨어나는 도심의 밤마다

파미르 고원에서 쫓겨난 겁먹은 동공은

열꽃피는 사막과 싸구려 유희에 빠져

정액을 사정하듯 나즈막한 소파를 모래둔덕처럼 넘고 있다

 

유리문에 그림자 만들며

페르시아산 도둑고양이가된 또 다른 낙타

비씨카드에 싸인하고 투르키스탄으로 떠난다

진화된 다섯개의 발가락

귀찮다고 내팽개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