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오랜 시간들이 웅크린채 잠든
그 집에는 플라타너스의 잎들이 밤이고 낮이고
창으로 검푸른 비듬같은 잎들을 떨구며 서있다
햇살이 한 낮을 땡땡땡 종을 울리듯 흔들어도
그 집의 작은 방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미동도 하질 않는다 다만 무료한 시간들이 고개 수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기웃거리다 가고 만다
그 집에는 이끼가 자란다
햇살을 거부한채 속으로만 속으로만 자라는
슬픈 기억들이 몰래 몰래 음모처럼 무성해진다
그래도 꿈은 꾸는 것일까
청태처럼 자라나 햇살 한줌의 기억을
간직한채 그래도 꿈은 꿔지는 것인지
그러나 너무나 견고한 붉은 벽돌사이로
햇살은 여지없이 살을 꽂는데
이끼들은 번지없이도 제 몸 기댈곳을
잘도 찾아 뿌리 내리고
그 집에는 쇳소리 잘게잘게 빗금치며
이끼보다 더 눅눅한 손으로 잠금하는 누가 있어
아무도 찾아내지 못하는 암호같은 누가 있어
나는 그 집앞을 오래 머뭇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