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나태주 / 시인
사람아, 흰구름 앞에 흰구름 바라
가던 길 멈추고 요만큼
눈파리하고 서 있는 이것도 실은
네게로 가는 여러 길목의 한 주막쯤인 셈이요,
철쭉꽃 옆에 멍청히
철쭉꽃 바라 서 있는 이것도 실은
네게로 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한 길이 아니겠는가?
마치,
철쭉꽃 눈에 눈물 고이도록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철쭉꽃물이라도 배어 올 듯이,
흰구름 비친 호숫물이라도 하나 고여 올 듯이,
사람아,
내가 너를 두고
꿈꾸는 이거, 눈물겨워하는 이거, 모두는
네게로 가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한 방법쯤인 것이다
숲 속의 한 샛길인 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