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에서>
꿈은 어디까지인가?
봄은 꿈만 같다
정말,
아침보다 먼저 눈을 뜬
이슬방울 앞에서
독백한다
모두들 어디서 왔는가?
숫한 대궁지로
오월을 흔들고 있던
청보리 이삭들
자진모리로 휘모리로
넘어가도록
무심하다
모두들 어디로 갔는가?
가끔
종다리 소리 따라
고개를 돌렸으나 거기에는
누렇게 보리 익어
시치미만 떼고 있을 뿐
금새
적막만 흐를 뿐
묵혀져 가고 있을
내 어릴 적
보리밭은 어디에 가서
아직 살아있는지
둘러보면 나는
여기 혼자다
꿈처럼
봄처럼.
2003.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