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 화장터에서...
하늘빛은 참으로 파랗더이다..
바람도 선들거려
넓디널은 그 앞마당의
군을 이루며 서있던
아기손같다던 단풍잎들새로
들어오는 햇빛한줌이
눈을 부시게 하더이다...
온갖 사연들을 가슴에 묻고
세상을 하직하는 이가
마지막으로 남은자들에게
이별을 고하는곳..
분명 가는이나 남아있는이나
못다한 생에 대한
미련이 있을진데
그저 세상사 훌훌 털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있다면
그곳에서라도 못다한
부귀영화 누리며
좋은 인연만나
편하신 날들만 보내시기를
누구에게나 할것없이 기원하더이다..
이제 여섯살이나 되었을까?
개구장이끼가 가득한
천진한 표정의 영정사진뒤로
실신하다시피 목매어 따라가는
젊은 엄마의 통곡에서
눈물범벅으로 같이 울었고..
이제 중학생정도의 아이들이
하얀 소복차림으로
엄마를 불러대며
사진을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내 아이들의 형상이 겹쳐
가슴이 에어지더이다..
조금만 아이들이
조금 더 클때까지만 살아줄것이지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내 시백부님의 영정속의 모습은
미안한듯 그리고 어쩌면 후련한듯한
웃음이 보이더이다..
힘든 세상 내 어찌 살다보니
이리 떠나는 날이 되었소이다..
하며 무거운짐을 내려놓는듯한
시원함이 보이는듯하여
안녕히가시오소서 라는
작은 읊조림으로 보내드렸더이다..
하여
이승에 남은 우리는
사는날까지
다툼없이, 무병하게
최선을 다하자고
무언의 눈빛을 나누는걸 보니
가신님의 마지막에서
적지않은 깨달음을 알겠더이다..
가시는 님들이시여..
고개돌려 뒤돌아 보지마시고
환한 빛길 찾아
안식의 처소 고이 들어서시옵소서...
잠시나마 머물렀던 이곳은
그저 남은자들의 몫이려니 생각하시고
미련두지 마시오서서..
세상은 어찌하든 굴러가오리다...
수야 씀
*친구가 올린 글입니다 돌아가신 큰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글이라 이곳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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