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 산사의 가을 짙푸르던 우이동 녹음 서서히 제옷은 벗어두고 울긋불긋 형형색색 맘저린 봄날 새색시마냥 들떠 있다. 또로로... 어디선가 도토리 구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 깨어보니 이름모를 잡새만이 우짖고 엷은 먹물의 장삼 걸쳐입고 경내 가득 염불소리 퍼지메 촛불 정성스레 불 붙이고 몸안 가득 묵은 때일랑 털어내고저 108정진 또 정진... 후즐근히 흐르는 땀방울... 동터오는 산사의 새벽바람에 온전히 내 맞겨도 가볍다. 언제든지 부르시면 손안 가득 쥐었던것 미련없이 내려놓고 두손 탈탈 털고라도 떠나야 할 몸이거늘 온갖 구토나는 일들과 온몸 가득 화(火)만 심었던 시간들... 지나고보니 다 하릴없는 일이거늘... 산사의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끈적이는 몸일랑 멱을 감아도 좋고 원근의 선명한 산빛 아침에 틈틈새 반짝 깨어난 보라빛 도라지꽃에 넋이나 잃어 볼까나... 맛난 절밥 한그릇에 배 체우고 시원스레 흐르는 약수에 목 축이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