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고는 생각치 않았었습니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려니 믿었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손에게 시원한 물 한잔 드리는,
그뿐이라 여겼었습니다.
새로운 인연 만들지 말자며
수없이 되뇌며 지내왔던 나날들 탓이기도 할 겝니다.
그런데 이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단지 우연은 아니었으리라는 것이 말입니다.
억지 필연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 조용한 울림을 어찌 모른체 하겠습니까.
더이상 내 마음에 선인장의 가시만 자라도록
놓아두지는 않겠습니다.
햇살 좋아 유리창에 부딪혀 톡톡 튀어 오르는 날,
안개비 내려 치자나무 촉촉하게 적시는 날에,
시원한 바람 한줄기 스치고 지나가는 날에도,
오늘같이 가슴이 먹먹하게 메여오는 날에도,
나는 조그만 기억들 미소로 떠올리면서
그리움 속으로 자꾸만 걸어 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