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녀 꽂았던 흰 쪽머리 풀고,
가지런히 컷트 하신 당신
구십 둘 이라는 숫자를 헤아려 봅니다.
손 부끄러운 용돈을 내미는 손녀를
가만히 바라 보시며 눈가에 맑간 눈물을 보이셨지요.
할머니의 텃밭에는 완두 흰 꽃이 가득 피어
오월의 아침을 두드려 깨워 주었습니다.
상추며 파, 무우를 심어두시고
어린 손주 업듯이 키워 가시겠지요.
여름 그 텃밭 빙 둘러 옥수수를 심으시겠지요.
아직 여물지 못한 옥수수를 삶아 여섯 손주들 앞에
부드러운 속살냄새를 모락모락 피워주시던
달콤한 잠 같은 그 옥수수 맛이 그리워 집니다.
젊었던 할머니는 어디로 가고
등에 업고 키운 손주들 하나 둘 떠나가고
할머니에겐 텃밭이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흰 완두 꽃 머리
굳어버린 허리,
두 개 남은 이 만으로 하루를 사십니다.
할 머 니 !
당신을 안아 보았습니다.
붉어지는 마음 아닌척 외면하며 가만히 안아 보았습니다.
너무도 작아져 버린 할머니 당신의 맑간 눈물속으로
내 눈물이 겹쳐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