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사랑하나 믿고
이 가시밭 길에 뛰어 들었다
사랑만 있으면
하늘이 보이지 않아도
해가 뜨지 않아도
설령 독방에 감금되어도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리하여
우리의 험난한 아즘의 길은 열린 것이다
세상은 꽃가루를 뿌린 듯
그놈에 지긋 지긋한
외로움을
그리움을
칼로 무베듯
싹뚝 잘라 버릴 줄만 알았던 환상은
다시금
칼날에 무 잘려 나가듯이
내동댕이 쳐졌다
주름이 많아진
당신 손을 보며
거리를 걸으며
풀잎처럼 가볍게 걷는
젊은 여자들을 보며
우리는 터진 뱃살이
유행지난 옷차림이
결코 자랑스럽지 못했다
일년을 따져보면
몇백번 같은 반찬을 만들고
같은 국을 끓이고
같은 곳을 닦고
같은 일에 화를 내고
같은 일상에 허물어 지며
가끔은 정말
갖혀진 이 세상밖으로의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는 순간
모든 사랑은 금지되었으며
주례의 질문에
"예"하고 대답하는 순간
우리는 자유를 박탈당했다
풍족한 삶이
우리를 반겨 주지도 않았고
뜨거운 사랑이
우리를 지켜 주지도 않았고
분신같은 아이들이
우리의 삶을
위로해 주지도 않았다
수갑 채워지고
족쇄 채워지고
입마저 닫고 살라한다
억눌은 설움은
꼭꼭 숨겨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은
한줄 시에도 훌쩍거리게 하고
슬픈 상봉 장면만 보아도
흐느끼며 울게 한다
그때가 아니면
또 언제 마음 놓고 울 수 있을까
그래서
심술만 늘어간다
처녀가 결혼하면 고소하고
새댁이 임신하면 즐겁다
너희도 가시밭 길에 들어 섰구나..
아즘은
청소년이나 노인처럼
보호받아야만 한다
더 많은 애정과 사랑으로
살펴 주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우린 지쳐있고
독거노인보다 더 외로우니까
청소년보다 더 위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