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줄 알았습니다
바람에 날려 오는
낙엽 하나
그대의 편지인줄 알았습니다.
조그만 화분에
맺힌 봉오리가
벌어짐은
당신의 미소인줄 알았습니다.
투박한 커피잔에서
느껴지던 온기는
당신의 손길인줄 알았습니다.
간밤 소리 없이 내리던
안개비는
당신이 씌워줄 면사포인줄 알았습니다.
어느날 문득
계절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를 찾을쯤
나는 울고 말았습니다.
사랑인줄 알았습니다.
촉촉한 눈빛 하나
희미한 입가의 미소
세련된 손짓 하나까지
나를 위한 작은 소야곡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저 혼자 도는 시계처럼
제자리 걸음으로
울고 웃었습니다.
난 그에게서
아무것도 아니었음이
제 사랑임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