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일층 산다-
대출금도 다 갚지 못한
주택은행 담보물인 우리집을
빌라촌 사람들은 지지 밟고 다닌다.
"그래, 나 일층 산다"
이층아줌마 싸우는 소리
사층아저씨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삼차원 입체음향 실감나게 들린다.
"그래, 나 일층 산다"
집 주위 밭에 사는 다양한 벌레들이
방충망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선
잠든 아이 손발로 느물느물 기어다닌다.
"그래, 나 일층 산다"
"그래, 나 일층 산다"
혹시나 눈먼 돈벼락 한방 맞으면
벌레도 소음도 날아오지 못하는
별님달님 바로 턱밑 아래층서 살란다.
"그래, 나 일층 산다"
2001년 8월 31일
다가구 일층 살이 짜증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