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텃 밭 한가로이 맴돌던 아버지 음성이 자잔한 안개비 처럼 가슴에 내려앉아 마음을 촉촉히 적십니다. 내 사는 이 땅이 그렇게 멀다해도 많은 사람들 하늘 위를 한가로이 흐르며 수 없이 오고 가건만 아버지 계신 그곳은 어느 분이 주신 허락함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난 세월이란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내일이면 그토록 가슴 져미게 그리던 아버지 집이 있는 그곳으로 갑니다. 작은동산 아버지집엔 들꽃 한아름 피어 있겠지요. 아버지. 하늘 위 비행기 창 밖으로 아버지 닮은 넉넉한 구름을 만나지는 않을런지.... 아버지. 행여 내 소식 전해주는 구름이 있다면 아버지 여행 가실 그 때 그 모습의 딸이 아니었음에 힘들어 하지 마세요. 그 나라 아버지 계신 곳에 갈때는 세월의 흐름에 낡아버리고 병으로 지쳐버린 내 모습이 아닌 아마도 내 생애 가장 고운 모습으로 갈거 같아요. 이번 여행길에 정말 간절히 꼬옥 한번만이라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구름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