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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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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새벽바람


BY j3406 2001-08-10

회 색 빛 새벽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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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색 빛 새벽바람에
땀수건
목에 걸고

만 보(萬 步)의
첫 발 띠엄으로
성큼 성큼
발걸음이 가볍다

손바닥만한
한 떼기
밭고랑 옆으로

장대처럼 서 있는
강냉이 나무 잎이
옷깃을 스치며 아삭거린다

양쪽 풀밭에서
벌레들의
첫 새벽 기상 노랫소리!

잠을 설쳤다고
앙잘 앙잘 울어대는
여러 중창의 화음 소리소리 !

어제 밤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나는 행인에게
일러바치고 싶어

여러 음색으로
목청껏 소리 재기를 한다

풀 섶
돌 자갈 틈새기에서

귀뚜라미
쓰르르 ~ 찔~ㄹ . . 쓰르르 ~ 찔~ㄹ
끊임없이 울어대고

쏘르륵 쪽쪽쪽. . . 쏘르륵찍찍
쫑알대는 여치소리!

이름 모를 벌레들의
하소연 폭발에
귓속이 어지럽다

땅 속에서
지렁이들의

엉클어진 부대낌으로
스르르 지르르 . . 스르르 지르르
꿈틀거리나보다

내 몸이
한 자 밤으로 조여들어

오금이 저려 와
기분이 별로다

이슬을 걷어차고
풀 밭 길을 걷노라면

발 밑에
지프래기 잎줄기가

지렁이로 착각하여
섬짓 섬짓 놀래킨다

그 길을 다시 걷노라니
진짜 누가 밟았나 ?
실뱀이 밟혀있구나


2001 .8 .9 .
예당 장경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