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인생
-이선화-
울아버지 늘그막에 나를 낳았네
울어머니 늘그막에 나를 키웠네
모진
시집살이 울어머니
나 가지고 부종걸려 젖한방울 안 나왔네
6.25 스물 한살에 지아비 잃은
아씨 마님 울어머니
서른 여덟에 아버지와 재혼해서 나를 얻었네
층층시하 매운 시집살이
그 독이 탯줄 타고 내게로 와서
나의 몸속 한곳이 그렇게
엉망이었나보네
그것을 남들은 기형이라 하더라만
내사 이복 언니 오빠들
틈새에서
보이지 않는 내장 같은거
남들과 좀 다르다해서
깊이 고민해볼 겨를조차 없었다네
그러나 몸도 자연이라
한곳이 탈이 나면 줄줄이 말썽이라
나이 들수록 사람사는 일
퍽 힘겨웁게 느껴지네
인생
도무지 내
선택과 무관하고
내 꿈 따윈 아랑곳 않는
차라리 이도저도 생각말고
뱃놀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하네
이마음 저마음
땅에 두지 아니하고
하늘보고 하늘보고 살아가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