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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아침


BY 초우 2000-11-01


신발장 앞에서
남편은 우산을 고른다
키재기하는 통속의 우산중에
당신 이름표를 찾지만
망가진 우산들만 손에 잡히나보다.

가장좋은것으로
이름표를 달아놓지만
먼저나간 아들놈들이
제 아비 우산을 탐내고
걸핏하면 부러뜨리는
제 우산과 바꿔치기 했나부다.

망가진 우산살을
한참을 맞춰보다
꺽어진 반쪽우산을 들고
말없이 출근하는 뒷모습은
우렁이 빈껍질처럼 가볍고
가뭄에 물든 단풍잎처럼 파삭하다.

반백의 머리위에
초라한 반쪽우산이
미처 가리지못한 바지가랑이엔
빗방울이 도둑각시 처럼 달라붙는다,
"잘다녀 오시이소"
목젖이 아픈나는 안하던 인사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