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걸으며
옷깃 마다마다에
스며드는 오렌지빛 가로등
그 불빛으로
다가드는
묵은 가슴의 이야기
바람처럼 스치며
걷는다
걸음마다 만나는 바람의
정취를, 떨리는
손 끝에 떨구고
하루와
또, 한 하루의 다리위에 서
바람 뒷전으로
뿌려본다
모두들 지나는 사람들
지나가며
만나는
한 계절의 사람들
시간의 옷깃을 세워
계절 속으로
바람의 행로를 따라
밤 거리를 걷는다
지나가는 바람으로
스쳐가는 바람으로
가로수 잎새마다
스미는 밤 내음을 맡으며
빈 가슴으로
바람으로 걷는다
---------------------------------------------------------
83년도 6월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