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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리에서


BY 최경자 2000-10-01

당사리에서
최경자

내작은 고뇌의 무게는 파도 속에 묻혀
일체의 망상으로 갈아 앉고
희뿌연 안개로 부터 다가선 실체의 화두앞에
부질없는 경계의 지평은 무너진다

오랜세월
해풍을 쓰다듬고 역신을 잠재우던 신당은
성스런 모습으로 남아있고

당산 목 줄기 끝에서 부는 바람은
마을 사람들의 신주
풍요와 기원을 바라보며
용신제를 올린다.

바다는 이곳 사람들의 넋
풍요의 대지

잃어버린 원시의 생명을 다듬어
지혜와 혼돈으로 반짝이는 검은 조약돌 하나
윤회의 법칙으로 떠오르고

끝없는 질문속에 갇혀
존재의 무의미를 찾는 나는
번뇌의 돌팔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