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여행


기적소리를 울리며

기차가 플랫홈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끊어진 수화기에선 뚜~뚜~뚜 하는

발신음이 연신 울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끝나가는

거리의 은행나무에선 마지막 남은

잎새가 슬로우비디오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돌아서는 연인의 뒷모습에선

허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슬픈 사연들이 올라가 눈물이 되어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산골 어둠의 바람속에선

닫혀지지 않은 나무 문짝이

연신 삐걱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감정들이

하나도 같지 않음을 사람들은

애써 확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밀려오는 파도는

모래알 하나도 바다 깊숙히

가져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또 마셔도

사람들은 끝내 취할 수 없는

자신만의 두터운 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느낌은 이해되어져야 합니다
느낌은 여행을 해야 합니다
느낌은 성감대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느낌은 바보입니다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