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일 님
오죽하면 우리 시골 엄마가 선풍기를
다 꺼내다가 틀었을까
전기세가 무서워서 여름에도 떨던 그 양반
마당이 불볕에 타는 날이면 겨우
살대 부러진 부채나 할랑할랑 젖가슴에 부치던
그 어지간한 양반
좀더 젊은 날엔 눈치껏 뒤란에 숨어
어깨 너머로 찬물 바가지를 쫙쫙 끼얹는 걸로
여름을 참으시던 우리 엄마
어찌나 더운지 강풍을 눌렀더니만
선풍기도 나같이 늙었는지 털털거린다며
혼자서 푹 푹 가슴속을 삶는 말씀
얼렁 비가 와야 쓰것는디!
내 고향 사투리같이 후두둑 후두둑
소나기가 왔으면
소나기가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