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보내고 --
친구야!!
네가 가고나면 금새 겨울일 것 같다했지
이렇게 움추리고 있다가 고개를 들면 어느새 한계절이 가고말더라
너와 보낸 시간이 내게 한계절이 되고 추억으로 남아 내게 웃음이 될테니
다시 말하지만 네가 다녀간 것 만으로도 크나큰 선물이였다
이 땅의 바다와 산야가
너를 목 쉬게 할만큼 소리 질러 풀어내는 그리움이였을까
노을빛의 황홀함이며
때때로 변하던 바닷빛과 맑게 흐르던 계곡물빛은
눈 시리게 고았지
선암사 북소리며
정도리의 파도에 쓸리는 돌 구르는 소리는
가슴 두드려 피 끓게 하더니
호리병의 국화주가 쳐대던 목탁소리와 감겨들던 꽃향기는
목구멍을 달구며 감미로웠다
감질나던 코스모스며
철 지난 억새들판
선물인양 무리져 핀 영수정에 들국화
옛 정담에 회포풀며 계집에적 웃음으로 간드러지던 웃음소리는
열여섯 소녀적 너와 나 그대로 였으리라 싶다
두꺼비집 짓겠다며 모래더미에 쑥 밀어넣은 손 다독이던 너
바닷물에 뛰어들어 좋아라 소리 지르며 깡총대던 너
영랑 생과자라며 웃고 영순 생가라며 웃고
천관산 신령님께 시도 때도 없이 시주(?)해 대던것도
나 보다 배는 더 걸으며 동동대는 걸음걸이도
푸세식 뒷간에 웃음으로 맛 본다며 촌맛 다시고
너무 좋아라며 어깨 두두리며 네 좋음 전해 나누었지
김치만으로도 걸지고 맛깔스레
밥 한공기 더! 하던 너는
되려 이곳 식구들이 잘 먹는 게 아름답게 보인다 했다
누워서 딩굴며 쉬는 걸 누리래도 가서 들을 음악 녹음에 아침시간 다 보내고
자는 시간까지도 아까워 새벽부터 그리 깨쳐 서성이는 사이사이
작은꼬마 몽돌이 살금거리는 듯
귀엽게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비몽사몽 속에서도 웃음났었다
저렇게 피곤하면서 마음놓고 푹 자지
자는게 아까워 안 자려고 안달대는 안쓰럽던 너
아쉬움도 많았다
오년 만에 찾아 뵌다며
좋아하시던 붉은 국화다발을 사들고 간 고향 선산 성묘에
아버님 어머님 앞에서 네 마음 풀어낼 시간도 주지 않았다 싶어 마음에 걸렸고
짐짓 네마음 풀어 덜어 내주지도 못한 것도 그렇다
허지만 네가 내키는 대로 할꺼다 싶었다
그리고 아직도 함께 가고 싶었던 곳 먹여주고 싶었던 것 많은데
한 상자쯤 더 먹고 가야할 단감철도 아직 안 지났는데.....
그래 우린 다시 만날테니까 하자
네 작별 인사 전하니 막내네가
언니 다녀가서 되려 고마웠다고 전해 달란다
아나고 낚시해다 즉석회도 먹였어야 했는데 하고
깊은 밤 촛불 아래 콘서트도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친구야!!
넌 내게
난 네게
신께서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며
못난이 웃음으로 누리고 산다
넘치지 않느냐며
--어진방울 --